개인적인 이유로 요며칠 인터넷을 접할 수 없는 곳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기에 어제가 되어서야 학교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우선, 놀랐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사과문을 띄운다는 것은 어찌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큰 의미를 지닌 것인데..
그것을 알면서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은 지금처럼 무감각한 모습에서 벗어나 더 나은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또 그것을 모두에게 알림으로써 재발방지를 위한 다짐과 변화를 위한 의지를 학교 스스로에게 약속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절대 학교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위해서나 학교 운영에 방해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음을, 아무쪼록 저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첫째, 이번의 사태가 이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측에서 인정해주셔서 감사하고
둘째,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학생의 목소리를 학교가 듣기 시작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제 나름의 대책을 몇 가지 제시하면서도 과연 학교측에서 받아줄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학교측의 성의를 인정하고 변화의 의지가 있다고 봅니다.
커다란 바퀴를 굴리려면 처음에 힘을 주어 움직이는 것이 힘들지 일단 굴러가기 시작하면 수월한 법입니다.
"학생을 위한 행정"이라는 변화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한 것 같아 기쁩니다.
학교의 변화를 지켜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무뚝뚝하고 맘에 들지 않았던 학교일지라도 말없이 사랑으로 품어주고 끊임없이 믿고 기다려준 학생들의 짝사랑을 이제부터는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또한 이번 일을 통하여 저는 참 많은 것에 감사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변화를 향한 학교의 의지를 확인해서 감사하고 학생의 말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학교도 바뀔 수 있구나"하는 희망을 주어 감사합니다.
또, 소위 일류대학이라는 곳에서 일어났던 교수의 제자 폭행 사건이나 학생들의 집단 성추행 같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일이 아닌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면 대신대학교는 참 좋은 학교입니다.
그 누구보다 학교를 사랑하시며 학생들 곁에서 예배드리는 소탈한 총장님,
언제든 교수연구실의 문을 두드리면 환히 웃으며 열어주시는 편안한 교수님들,
그 어느 대학에서도 볼 수 없는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학생들과의 관계.
저는 이 모든 것이 대신대학교만의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른 대학을 다닐 때는 총장님은 사진으로만 뵈었고 교수님 역시 강의시간에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과 교수연구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제가 어느 정도 나이가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대신대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기분 좋은 일 중에 하나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에 사회복지학과에는 많은 신입생이 들어왔습니다.
교수님들께서 동분서주 애쓰시고 재학생들도 여기저기 소문낸 결과로 여겨집니다.
대구 경북만 해도 얼마나 많은 학교가 있는데 대신대학교로 와준 것이 어찌나 기특하고 대견한지 1학기에 지갑을 털어 신입생들에게 한끼를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2학기에도 언제든,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한끼 굶더라도 뭐든지 먹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글을 읽고 밥 사달라는 신청이 쇄도하더라도 뭐 괜찮습니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부끄럽지 않은 학교,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알게 모르게 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제가 그렇게 했다고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첫째, 공개적인 공간에서 모든 것을 숨김없이 공개적으로 처리하려 했던 저의 의지 때문이었고
둘째, 행여나 그분들이 저와 연관되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기에 이렇게라도 그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쨌거나 저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에 찾아뵙거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때 바라신다면 무릎을 꿇고서라도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일을 통하여 어떠한 사람도 불이익을 받지 않기를 원합니다.
이 마음은 학교 행정실의 직원 여러분께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들에게 어떠한 악감정도 없습니다.
이제, 학교의 변화를 위해 애쓰실 분들께 또 학생 한명 한명을 섬기느라 바쁘실 분들께 뜨끈뜨끈한 피자라도 한판 사들고 찾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글 역시 길어졌네요.
자유게시판에 공개적으로 글을 쓸 때부터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공감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 법이니까요.
제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든 저는 모두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학교의 바뀌어가는 모습을 누리며 기대하지 않으시겠어요?"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분류를 꼭 해야하기에 입학학생팀으로 했습니다.
별다른 의미는 없으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